파이프 연초 리뷰/국내 수입 연초

[Capstan] Flake Yellow

Jace Kai 2021. 12. 24. 05:25

파이프만큼 올드비 부심이 대단한 분야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 전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금연 열풍과 파이프 담배의 불편함, 거기에 주 생산농가의 인건비 상승 등의 요인으로 인해 파이프 연초 시장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입고 있는 중입니다. 천년만년 갈 것 같았던 연초 회사가 어느 순간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느닷없이 레시피나 공정이 변경되어 괴상한 맛을 보여주는 연초도 있습니다. 이 모든게 이제 겨우 구력 6년차인 제가 겪은 일입니다. 하물며 수십년간 파이프를 물고 지내셨던 선배님들 입장에서는 오죽하겠습니까?

 

 

고인물 파이퍼로부터 종종 언급되는 몇몇 연초 중에서도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 연초 회사가 있으니, 바로 Capstan 되겠습니다. Capstan 연초의 풀 히스토리는 저도 시간을 내서 따로 찾아봐야 하겠지만, 대략적으로는 Mild/Yellow와 Medium/Blue, 그리고 지금은 더 이상 출시되지 않는 Full(Chocolate)까지 3종류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는 간단히 캡스탄 옐로우/캡스탄 블루로 통칭됩니다. 무려 120여년의 역사를 가진 연초이자, J. R. R. 톨킨이 사랑했던 연초라고도 합니다[각주:1]. 오늘은 그 중에서 국내 정식 수입되고 있는 Capstan - Yellow Navy Cut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Spec

  • Blend Type: Straight Virginia
  • Contents: Virginia
  • Cut Type: Flake
  • TR Score: 3.4

Tin Note

시트러스 계열의 토핑이 있습니다. 레드 버지니아/옐로우 버지니아의 숙성된 향과 어우러져, 다소 꿀의 향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Dunhill - Flake와 비교하면 눈 감고 맞추기가 어려울 정도의 유사함이 있습니다. 수분량은 매우 정석적인 플레이크에 속합니다. 플레이크 두께는 살짝 얇은 편이라, 보울 주둥이까지 거의 꽉 채워서 피우는 걸 선호하는 파이퍼라면 한 장이 부족하다고 느낄 듯합니다.

Smoking Note

요즘 워낙 풀 바디 버지니아 연초가 범람하는지라, Capstan Yellow는 다소 가벼운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겠습니다. 맛과 향이 가볍긴 해도, 스트레이트 버지니아에서 기대되는 모든 향미가 고르게 나타납니다. 시트러스함과 달달함, 고소함이 밸런스가 잘 잡혀 있습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Dunhill - Flake를 떠올리게 합니다만, 둘을 비교했을 때 Capstan Yellow는 조금 더 달고 Dunhill Flake는 좀 더 깔끔합니다. 바람이 다소 적은 날이라면 야외에서 태워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풍미입니다만, 스트레이트 버지니아가 모두 그렇듯이 타 블렌드에 비해 연소 온도가 다소 높게 잡히므로 방심하고 페이스를 올리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습니다. 플레이크채로 접어도 되고 잘게 비벼서 재워도 되지만, 역시 산뜻한 계열의 버지니아는 잘 풀어서 재우는 편이 좀 더 본연의 맛을 잘 살려준다고 생각합니다. 니코틴 강도는 약한 편이고, 룸 노트 역시 산뜻한 편입니다.

총평

가볍다면 가볍고 심심하다면 심심할 수 있는 연초이나, 제 파이프 경력 중 가장 빨리 한 틴을 소모한 연초입니다. 오늘은 뭘 피울지 모르겠다 하는 날이면 아무 생각없이 집어서 태워도 심심하거나 질리지 않는 매력을 지녔습니다. 9할이 동일한 컨셉을 가진 Dunhill - Flake의 경우에는 그렇게 막 집어서 태우지 않았거든요. 은은한듯 하면서도 약간 불량식품같은 재미를 지닌 신박한 연초입니다. 버지니아의 맛에 눈을 뜨기 시작한 파이퍼라면 한 번쯤은 거쳐갈 가치가 있습니다. 맛이 좀 더 진하다고 알려진 Blue Navy Flake도 하루빨리 정식 수입되기를 바랍니다.

워낙 오랜 역사를 지닌 연초이고 제조사도 한 번 갈음이 되었던지라 이쯤 되면 '에잉, 요즘 캡스탄은 예전의 그 캡스탄이 아니여 ㅉㅉ'같은 말이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법한데, 아직까지는 그런 말을 못 들어본 것 같습니다. Mac Baren답지 않게 연초 반달리즘을 하지 않은 것 같네요. 사실 스트레이트 버지니아나 버지니아/페릭 블렌드 연초의 경우, 개봉 시기에 따라 맛의 편차가 조금 있는 편이라, 그런 류의 담론은 참고만 하시고 어느 정도는 흘려 들으시는 게 좋습니다. 예전같지 않다는 요즘 연초들도, 한 5년 묵히고 따 보면 예전 그 맛이 그 맛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ㅋ

  1. 톨킨이 피웠던 건 Medium/Blue였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현재는 전혀 다른 물건이 되어버린 Three Nuns도 톨킨의 주력 연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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