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 연초 리뷰/단종 연초

[McClelland] Syrian Star

Jace Kai 2021. 12. 11. 14:25

얼리어닭터님이 국내에서 최고의 구력을 가진 분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2010년대 이후 국내 파이프 애호가들 사이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분인 걸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입니다. 블로그에 긍정적인 리뷰 한 번 올라오면 전국 파이프스토리 매장에서 재고가 빠져나가는 기적(?)을 볼 정도였으니까요. 혼자서 이것저것 글을 찾아보면서 반은 호기심으로, 반은 오기로 파이프를 물고 뻐끔거리던 제가 급격히 구력을 올릴 수 있었던 데는 얼리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큰 감사를 마음에 품고 있는 분이죠. 각 연초 컨텐츠에 대한 연구라던가, 파이프 셰입/연초 컷 타입 같은 컨텐츠를 제 블로그에 게시하지 않는 것은, 이미 수십 번 퇴고를 거쳐 충분히 정제된 내용이 얼리님의 블로그에 이미 게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굳이 바퀴를 재창조할 이유는 없는 것이죠. 제 블로그에 그런 내용이 올라오게 되는 건 아마도 훨씬 더 많은 정보가 쌓인 먼 훗날의 일이 될 것입니다.

 

얼리어닭터의 일상 : 네이버 블로그

안녕하세요. 파이프담배와 시가, 그리고 물질하며 즐겁게 지냅니다. 대한적십자 수상안전 강사, 라이프가드, 대한적십자 생존수영 강사, 대한적십자 응급처치 강사, AHA 미국심장협회 BLS Provi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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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파이프를 줄이고 다른 취미에 몰두하느라 예전처럼 자주 교류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일년에 두세차례는 만나서 새로 구한 연초도 같이 피워보고 이런저런 감상도 공유하곤 하는데, 올해 중순에 얼리님으로부터 꽤 많은 올드 틴 연초를 입양해 오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 정확히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대강 14틴 정도 되었던 것 같네요. 오늘은 그 중에서도 가히 군계일학이라 할 수 있는 McClelland - Syrian Star를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Spec

  • Blend Type: English
  • Contents: Latakia/Oriental/Virginia
  • Cut Type: Ribbon
  • TR Score: 3.7

주목할 점은 여기에 쓰인 라타키아가 키프리안 라타키아가 아닌, 시리안 라타키아라는 것입니다. 시리안 라타키아는 키프리안 라타키아와는 가공에 쓰이는 땔감이나 허브의 종류가 다른데, 훈연에 쓰이는 목재가 시리아에서 벌목 금지가 되어 더 이상 생산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누군가 이 연초를 복각하고 싶어도 현재로서는 복각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Tin Note

독특하게도 잉글리시 하면 보통 생각되는 꼬릿짜릿함의 폭탄이 아니라, 라타키아의 우디함과 버지니아의 새큰달큰함이 전면에 어우러지고 스모키함이 그 뒤를 살짝 따르는 느낌입니다. 여러 모로 잉글리시의 표준적인 느낌에는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시리안 라타키아의 힘인지, 아니면 블렌드의 힘인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겠습니다. 연초의 색깔도 그렇고, 버지니아에서 느껴지는 톤이 일반적인 레몬/시트러스 필과는 거리가 있는 달콤함이라, 예상컨데 버지니아는 카벤디시 가공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연초 특유의 틴 노트나 파이핑 노트가 쉽게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Smoking Note

라타키아가 꼬릿하다는 편견을 일격필살로 박살내 줍니다. 블랙 카벤디시를 절묘한 비율로 섞어야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크리미함이 있는데, 기존에 제가 알던 라타키아/오리엔탈/버지니아 중 그 무엇도 이런 크리미함을 표현해내지 못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버지니아를 카벤디시 가공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리엔탈과 버지니아의 절묘한 조합이 마치 마일드한 소다 음료를 머금은 듯한 달짝지근함과 청량감을 선사합니다. 일견 Dunhill - Early Morning Pipe와 비슷한 가볍고 산뜻한 잉글리시 블렌드이나, 맛의 질감은 감히 Early Moning Pipe가 비벼댈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산뜻한 느낌을 지니면서도 마치 기름칠을 살짝 한 듯한 식감이 있기 때문에, 향미가 가볍다고 해서 어딘가 비거나 허전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중반 이후로는 코코아필에 가까운 달콤함이 나면서 주도권이 라타키아 쪽으로 살짝 기우는 느낌입니다만, 그 와중에도 라타키아와 버지니아의 티키타카가 끊임없이 계속됩니다. 시종일관 실키했던 촉감에 비해, 한 볼을 다 태우고 나면 입 안에 남는 특유의 텁텁함은 Syrian Star의 유일한 단점입니다. 룸 노트는 이 연초에 라타키아가 들어 있다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습니다.

총평

특정 블렌드에 대한 충성심이나 호불호를 씹어먹는 연초입니다. 파이프를 피우는 사람 치고 이 연초를 별로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치명적이고 유일한 문제는 이 연초가 단종되었다는 것과, 어떤 방법으로도 원본 그대로 복각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겠죠. 언젠가 시리안 라타키아가 다시 생산될 수 있는 날이 있기를 바라봅니다. 계열상으로는 잉글리시와 스코티시의 경계선에 있는 블렌드라고 정의할 수 있겠으나, 기존의 분류 체계에 익숙한 파이퍼라면 놀라움을 넘어 당혹스러울 정도의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